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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Admin
- 작성일 2026.03.19
- 조회수 88
생물학과 수학, 그리고 뇌과학.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세 분야의 교집합 속에 2024년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에 부임한 김대욱 교수님이 계십니다. 수학의 언어를 이용해 뇌 속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수리생물학자 김대욱 교수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1.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리생물학자로서, 생명 현상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생명 현상에서 얻은 데이터는 비선형적이고 초고차원적이라는 특징을 띠는데, 이를 분석해서 수학적으로 모델링합니다.
예를 들어 피실험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워 심박, 체온,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분석해 24시간 주기로 변하는 생체시계의 위상(circadian phase)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생체시계 단백질은 우리 뇌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속에 존재하는데, 뇌 깊숙한 곳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에게서 접근하려고 하면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보단 저비용, 저위험으로 측정한 스마트워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하는 편이 효율적이죠. 이처럼 ‘값싼’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싼’ 생명체의 상태를 예측하는 수리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주 연구 목적입니다.
-생소한 분야라 생각했는데 생활에 밀접하게 응용되기도 하는군요. 요새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시간대 효과(time‑of‑day effect)’라는 주제로 종양의 성장 속도 연구를 했습니다.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악성 흑색종이라는 피부암 유발성 종양을 낮과 밤에 쥐에게 주입했을 때 암이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는 실험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Wang et al., Nature 2023). 저희 팀은 현대아산병원에서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라는 악성 뇌종양 환자들의 치료 데이터를 받아 수술 종료 시간을 기준으로 낮과 밤 그룹을 나누어 생존률을 비교했습니다. 밤에 수술이 끝난 환자들의 생존률이 낮 시간대보다 낮았고, 이 차이는 환자의 유전자형 등의 교란 변수를 고려해도 유지되었어요.
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수술 중 생검용으로 떼어낸 조직을 대상으로 bulk RNA-seq (세포 내에서 어떤 mRNA가 활발하게 발현되었는지 분석하는 검사)와 GO enrichment analysis (해당 mRNA들이 생체 내에서 어떤 생물학적 현상에 관여하는지 분석하는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밤 시간에는 ECM 조직화나 혈관 생성처럼 종양미세환경(암세포가 증식하고 진화하는 총체적인 환경)과 관련된 경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발견했고, 이러한 경로가 활성화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률이 낮았죠. mRNA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동일한 결론이 나왔고요. 이때 RNA-seq을 돌리는 등 실험적 절차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이지민 교수님 연구실에서 맡아 주셨고, 저희와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님 연구실은 그렇게 추출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물학적 의의를 밝혀 냈습니다.
또, 개인의 생체 시계를 웨어러블 기기에서 얻어낸 데이터로만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생체 시계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과 깊은 관련이 있는 핵심 바이오 마커이지만, 검사하려면 병원에서 하룻밤 머무르며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타액 또는 혈액을 반복 채취해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석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요. 하지만 저희는 스마트워치 등에서 얻어낸 활동량 데이터를 토대로 피험자가 빛에 노출된 양을 추정해서 알고리즘에 넣고, 심박 데이터와 결합하여 생체 시계의 교란 정도를 높은 정확도로 추측해냈습니다. 이렇게 추정한 교란 정도는 피험자의 정신 건강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요. 실제로 저희의 알고리즘으로 알아낸 교란 정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울 척도를 검사하는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설문지의 점수도 높다는 통계적 연관성이 밝혀졌습니다.
-연구에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추천하는 제품이 있다면…
다 저희 고객이라 어느 한 회사 편을 들면 앞으로…… (웃음) 각각 장단점이 있어 특정 제품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 핏빗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회사마다 고유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서 장단이 달라요. 여러 회사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면 데이터를 만드는 일을 하는 교수님들과 협업도 많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네, 저희 과의 여러 교수님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자경 교수님께서는 쥐를 이용해 수면을 연구하시는데, 쥐에서 측정하신 EEG, EMG 데이터를 받아 수면 단계 분류와 유전형별 패턴 분석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어요.
이영준 교수님, 이승우 교수님과는 인공 시각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각 피질에 자기적 자극을 주어 허구적인 시각 체험을 유도하는 연구인데, 사람마다 시각 피질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자기 자극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뇌의 특정 부위가 자극을 받을 때 어떤 패턴의 빛을 느끼는지 학습해 최적의 자극을 설계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시각 장애가 있는 인간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고, 현재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라 설치류 모델과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연구 중입니다.
2. 학부 때 수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학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수리 생물학으로 진로를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듣고 ‘그런 걸 하는구나’ 하고 목적에 공감할 수 있는 연구요. 개인적으로 학부 때 아버지께서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돌아가셨는데, 심박 같은 생체 신호에서 이상을 미리 감지하면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감지 알고리즘의 기반이 수학이라는 걸 깨닫고 박사 과정에서 수리 생물학을 선택했습니다. 마침 수리과학과에 관련 교수님이 부임하셔서 타이밍도 맞아떨어졌죠.
- 현재는 그러한 이상을 미리 감지하는 기술이 있나요?
제가 대학원에 막 들어간 2013~2014년에는 웨어러블 기기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었죠. 심실 세동 등의 이상을 감지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심박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을 탐지하는 연구를 많이 수행하고 있고, 저희 연구실도 그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병원에 원격으로 이상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료적 책임 문제 등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비침습적으로 이상을 감지하는 기술은 빠르게 보급, 발달되는 중입니다
3. 교수는 연구자인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자이기도 하잖아요. 앞으로 저희 과의 학부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으신가요?
미분방정식을 기반으로 생명 현상을 모델링하는 수리 모델링 강의를 열고자 합니다.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미분방정식부터 시작해 생명 시스템을 해석하는 능력을 계발해주고 싶어요. 아무리 AI가 각광받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AI를 잘 활용하려면 그 기저에 있는 수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수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학생들은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요?
처음 미분방정식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단계적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지식만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끔요. 테크트리를 만들어 2학년에는 어떤 과목, 3학년에는 어떤 과목을 들으면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싶어요.
덧붙이자면, 요즘은 뇌인지과학의 어떤 분야를 연구하든 간에 데이터를 생산하는 능력과 해석하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협력자를 만나도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야 진짜 협업이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수학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생물학 전공자들도 통계나 AI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어렵다고 피해선 안된다는 거죠. 개념을 충실히 배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두어야 합니다.
4. 2024년에 저희 과에 부임해서 만으로 1년 조금 넘게 교수 생활을 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수학적 접근을 하는 제가 뇌인지과학과에서 잘 받아들여질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뇌인지와 수학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들도 있고, 열정적인 학생들이 모여줘서 재밌는 연구실 생활을 했습니다. 제 꿈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 연구의 어떤 순간에 가장 재밌다고 느끼세요?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기쁨이 크죠. 기존에 없던 수학 이론을 개발하거나 생물학 현상을 분석해 새로운 결과를 얻으면 그건 세상에서 제가 제일 먼저 아는 셈이잖아요. 게임에서 가장 먼저 엔딩을 본 사람처럼 영예롭고 짜릿한 순간입니다.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탐험가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일은 드물어요. 그 짧고 강렬한 보상이 계속 도전하게 만듭니다.
- 반대로 힘들다고 느끼시는 순간도 궁금해요.
출퇴근이 분명하지 않아 늘 연구와 행정,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대학원생 때는 퇴근 이후가 나만의 시간이었지만,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고 PI를 맡으며 하나의 일에 사용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고 하루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어요. 그러다 보면 예민해질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일도 생기죠. 그럼에도 매번 스스로 “이게 최선일까?”를 질문하며, 모든 분야에서 조금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5. 마지막으로 연구실 홍보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생명 현상을 종이와 펜으로 서술해 보고 싶은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물리학에는 F=ma 같은 governing equation이 있지만 생물학에는 아직 그런 보편 법칙이 없습니다. 생명 현상의 F=ma를 찾고 싶다면 함께 재미있게 연구해 봐요. PI로서 여러분들이 책임감 있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더불어 수학이나 전산학적 배경보다도, 일을 차분하게 해내고 겸손함과 친절함을 갖춘 학생을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재능은 노력과 지도로 키울 수 있지만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품은 스스로 갖춰야 하니까요. 너무 심각한 분위기보다 밝고 소통이 잘 되는 환경에 잘 녹아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욱 교수님의 주요 논문
1. Lee & Kim et al., npj Digital Medicine, “The real-world association between digital markers of circadian disruption and mental health risks”
스마트워치 기기로부터 측정된 활동량, 심박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내재적(endogenous) 일주기 리듬 교란 정도(circadian disruption)를 측정하고, 이것이 기분과 우울 위험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대규모 실제 환경에서 분석한 연구입니다. 이때,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로부터 내재적 일주기 리듬 교란 추정에 활용된 알고리즘은 2번 논문에서 개발하였습니다.
2. Kim & Mayer et al., J. R. Soc. Interface, “Efficient assessment of real-world dynamics of circadian rhythms in heart rate and body temperature from wearable data”
스마트워치 기기로부터 측정된 활동량, 심박 데이터로부터 개인의 내재적 일주기 리듬을 신속, 정확하게 측정하는 비선형 데이터 동화 알고리즘을 개발한 연구입니다. 기존 알고리즘 대비 100배 이상 빠르고, 정확도 또한 높습니다.
3. Kim & Hong et al., Science Advances, “Systematic inference identifies a major source of heterogeneity in cell signaling dynamics: The rate-limiting step number”
단일 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에서 세포마다 반응이 다른, 즉 세포간 이질성(cell-to-cell heterogeneity)의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관측되지 않는 중간 단계들을 지연 시간(time-delay)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추정하는 새로운 베이지안(Bayesian) 추정법을 제안한 연구입니다. 그 결과, 세포 간 반응 차이의 주요 원인은 신호 전달 과정에서의 속도 제한 단계(rate-limiting steps)의 개수임을 밝혔으며, 단계가 많을수록 반응 강도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