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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교수 인터뷰] 이승우 교수
  • 작성자 Admin
  • 작성일 2025.04.28
  • 조회수 143

 
lee.seungwoo@kaist.ac.kr
2003.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학사 졸업
2010.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박사 졸업 (PI: 김성준)
2011~2015.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외과 (MGH) 박사후 연구원 (PI: Shelley Fried)
2015~2018.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외과 (MGH) 전임강사
2018~2023.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외과 (MGH) 조교수
2023~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부교수: BINP PI (https://binp.kaist.ac.kr)
 

1.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소개해주세요.

   

    저는 -기계 인터페이스 연구자로, 전자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뇌질환을 진단 및 치료하는 신경보철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망막이나 시각 뇌 속에 이식하여 시력을 회복시키는 장치를 집중해서 개발해왔습니다즉 공학과 의학, 신경과학이 융합된 연구를 하고 있다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박사 과정 때는 공대에 소속되어 의대와 협업했고, 포스닥 시기에는 의대에 소속된 채 공대와 협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승우 교수님이 개발하신 뇌-기계 인터페이스>

 

 

중증 시각 장애 재활을 위한 인공 망막 이식장치 개발

 

 

 

중증 운동 장애 재활을 위한 심부 뇌 자극 장치 개발

 

 

뇌 이식이 가능한 초소형 마이크로 코일 자기자극 장치 개발

 

 

마이크로 코일을 이용한 고해상도 뇌 자기자극 기술 개발

 

 

최근에는 시력 회복에서 나아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질환 치료에 전자공학을 적용하는 기술 역시 연구하고 있습니다. ,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오가노이드와 소통할 수 있는 전기-자기장 인터페이스도 개발 중입니다.

   

- 동물 연구, 인간 대상 임상 연구, 세포 연구를 모두 해보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동물을 이용해 사람과 비슷한 망막 퇴화 질병을 가진 모델을 만들어서, 개발하고자 하는 장치를 이식한 후 검증해보기도 하고요. 미국에서는 특히 세포 조직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많이 했는데, 망막 조직과 뇌 조직 슬라이스를 이용해서 전자기장이 신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했습니다. 이곳 카이스트에도 동일한 실험 장치를 세팅해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고요. 포스닥 시기 의대에서 인간 뇌 조직을 이용한 임상 연구도 활발하게 했죠.

   

- 의대에서 인간 대상 임상 연구를 하셨다는 건, 실제로 시력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망막 이식 장치 같은 것을 이식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직접 인간 대상 이식 수술을 한 것은 아니고요, 저는 의대 신경외과 소속으로 망막이나 뇌 이식 장치를 개발하면서 쥐 망막, 원숭이 망막, 인간 뇌 조직 등을 이용하여 장치 성능을 검증하는 일을 주로 했죠. 그렇게 개발한 장치를 협업하는 안과나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통해 실제 환자에게 이식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안전성 검증 연구를 좀 더 진행해야 합니다.

   

- 사람 눈에 시력을 회복해주는 장치를 심는다니, SF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장치의 대력적인 원리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시각 정보는 망막에서 신경 신호로 변환되어 시신경을 통해 시각 피질로 전해지죠. 이 중 어디를 타겟으로 하느냐에 따라 장치 타입이 달라집니다. 첫째, 망막에서 빛을 신경 신호로 바꿔주는 세포가 손상됐다면, 망막 속에 얇고 유연한 플라스틱 박막으로 된 전기 자극 장치를 삽입해 남아있는 망막 신경 세포를 전기로 자극하여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둘째, 망막 신경과 시신경 사이의 연결이 손상됐다면 섬유 다발 형태의 시신경을 감싸는, 수갑 형태의 전극을 시신경 주위에 감싸서 자극하거나 대뇌 시각 피질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여 시각 뇌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고 그중 어떤 방식이 좋은지 평가하는 단계죠.

   

- 그런 장치를 이식받은 환자들이 정말로 시력 회복을 보이나요?

   

    . 이러한 시도가 70년대부터 있었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눈과 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서 피험자로부터 인공적인 섬광, 노란색 빛 같은 게 보인다는 반응을 받아냈습니다. 전기 자극을 여러 위치에 주면 특정한 모양의 빛이 보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착안하여, 전극을 컴퓨터 모니터만큼 높은 픽셀로 구성해서 섬세하게 자극하면 복잡한 시각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죠. 2000년대 초반부터 망막에 약 60개의 전극 픽셀을 가진 장치가 부분적으로 도입되어 유럽, 미국에서 임상적 결과를 내왔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시력이 일부 회복되긴 했으나 해상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해요. 사물의 윤곽만 희미하게 보이는 정도로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데, 최근 들어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 다양한 연구소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 시각 장애인 중에서는 시력을 아예 잃은 경우도 있고, 일부만 손상을 입은 사람도 있잖아요. 말씀하시는 시각 보철이라는 건 두 경우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건가요? 약해진 시각 신호를 강화해주는 장치인지, 신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지, 그 원리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각 손상에도 정도가 있죠. 경증, 즉 부분적으로 손상이 된 경우의 예시로 망막 색소 상피 변성증이 있는데요.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광수용체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죽어버리는 질병입니다. 이때 광수용체 외의 신경, 이를테면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신경은 살아 있죠. 따라서 광수용체를 대체할 수 있는 장치를 삽입하면 시각이 회복됩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전체 프로세스 중 구체적으로 손상이 일어난 단계를 파악하고, 그 단계를 맞춤형으로 보완해주는 것이죠.

   

    그러나 녹내장처럼 안구의 압력이 높아져 시신경이 중간에서 끊어진 사람들은 망막에서 손을 쓸 수 없고, 뇌에 있는 시각 피질을 자극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중증 시각 장애는 뇌를 타겟, 경증 시각 장애는 안구를 타겟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2. 학부 때 전기공학을 전공하셨는데,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의대와 공대 사이에서 고민하다, 전망이 밝아 보인다는 이유로 전자 공학 기술을 배우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재학하던 중 4학년 때의용생체공학개론이라는, 공학과 의학을 접목한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전자 기술을 이용해 뇌 질환을 치료하는 연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해당 주제를 연구하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의대와 협업을 통해 공동 연구를 했는데요, 장치를 개발하는 법은 잘 배울 수 있었지만 그 장치가 신경에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물학적 기전에 대해서는 공부할 기회가 적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포스닥을 의대에서 하고 공대와 협업하면서 대학원 시절과 반대로 신경이 어떤 식으로 전기에 반응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신경의 입장에서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자공학과 신경생리학을 모두 알고 있는 공학자 겸 과학자가 되었어요.

 

 

3. 2년 전 교수로 부임하셔서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고 계신데요, 그동안 카이스트에서 어떤 것들 하셨나요?

 

 

 미국에서 하던 연구를 이어서 하기 위해 우선 연구비 확보가 필수적이었는데요, 감사하게도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 사업에 선정되어 앞으로 10년간 총 60억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카이스트에 첨단 뇌 자극 장치를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죠. 두번째 해부터는 그 장비를 이용해서 뇌에 이식할 수 있는 초소형 장비를 실제로 제작하기 시작했고, 쥐를 대상으로 척수를 자극해 다리를 움직이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셋업을 바탕으로 데이터가 원활하게 나오고 있어서 스스로는 2년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생각하고 있어요

 

KAIST BINP 연구실 사진 (왼쪽: 공작실 모습; 오른쪽: 전기생리학 실험실 모습)

 

 

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과 공동 연구, 하버드 의과대학과 공동 연구를 시작해 우리 연구실에서는 뇌 치료 기술과 장치 개발에 집중을 하고 의대에서는 동물 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 등을 검증하고 나아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의료 기기 개발을 해나가는 협력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 신임 교수님들을 인터뷰해보면, 부임 후 공통적으로 실험실 세팅을 정말 열심히 하셨더라고요. 처음에는 텅 비어 있던 메타융합관이 갈수록 각종 장비와 실험 기구로 채워지는 것을 보면 교수님들의 노력을 알 것 같아요.

   

    다들 많이 수고하시기도 하고, 학과에서도 메타융합관이라는 좋은 공간을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죠. 해외의 유명 대학들도 교수 과포화로 인한 공간 부족 문제가 큰데 카이스트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짓고 있어서 그런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4. 앞으로 카이스트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중증 뇌 질환을 전자공학 기술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약물에 내성이 생겼거나, 증상이 중증이라 약물 효과가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용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인공 시각의 경우 해상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대표적이죠. , 뇌가 매우 복잡하고 밀도 높은 조직이기 때문에 하나의 뇌 영역만 특이적으로 자극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원치 않게 다른 영역을 건드려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일이 많죠. 전자공학 기술을 이용해서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된 장치를 만들고, 나아가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의대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개발된 기술을 임상 적용하는 곳에 가깝기 때문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카이스트가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 특히 뇌인지과학과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실이 있어서, -기계 인터페이스라는 융합 학문을 연구하기에 좋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자과에 소속돼 있을 때는 의대와 협업하고, 의대에 소속돼 있을 때는 전자과와 협업해서 항상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상호 교류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심할 땐 일 년에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각자 할 일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죠. 그런데 뇌인지과학과는 메타융합관에 다양한 주제를 가진 연구실이 모여 있으니 협업을 할 때 연구의 진전이 빠릅니다.

 

    - 오픈 랩 구조라 학생들끼리도 안면을 트기 쉬워서, 서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기 쉽더라고요.

 

    교수들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공간에 있으니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할 때도 마주치기 쉽고,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연구 이야기가 나오죠.   

 

 

5. 진학할 학과를 고민하는 새내기들에게 뇌인지과학과 홍보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진로 선택이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폭이 차츰 좁아지는데, 새내기 여러분들은 선택지도 많고 그에 따라 고민도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의대와 공대 사이에서 고민하다 적성을 생각해 후자를 선택했고, 그럼에도 의학에 대한 관심을 살려 의료 장비를 개발하는 공학자가 되었죠. 뇌인지과학과에는 다양한 과목이 있고 복수 전공도 자유롭기 때문에 뇌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선택해서 할 수 있습니다. 전자 공학과 융합할 수도, 전산학과 융합할 수도, 재료 공학과 융합할 수도 있죠. 여러분의 학문적 호기심을 도와 드리기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뇌에 관심이 있다면 걱정 말고 진학하기 바랍니다.

 

 

 

<이승우 교수님의 주요 논문>

1.    Lee SW, Fallegger F, Casse BDF, Fried SI. Implantable microcoils for intracortical magnetic stimulation. Science Advances, Vol. 2, no. 12, e1600889, Dec. 9. 2016.

https://pubmed.ncbi.nlm.nih.gov/27957537/

이 논문에서는 대뇌 피질에 안전하게 이식이 가능한 초소형 자기장 자극 장치의 구조를 설명하고, 이 장치에서 발생하는 미세 자기장 자극이 뇌 신경들의 활동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리를 소개함. 이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장치를 이용하면 자기 자극용 코일의 크기를 100 배 이상 줄일 수 있어 (e.g., 500 x 500 µm -> 2 x 100 µm) 최소 침습형 자기장 자극장치 제작이 가능하고, 고밀도 다채널 자기장 자극 장치도 제작이 가능함.

2.    Bonmassar G*, Lee SW*, Freeman DK, Polasek M, Fried SI, Gale JT. Microscopic Magnetic Stimulation of Neural Tissue. Nature Communications, 3, article no. 921, Jun. 26. 2012.

https://www.nature.com/articles/ncomms1914

이 논문에서는 sub-millimeter 크기 (500 x 500 µm)의 인덕터 코일에서 발생하는 미세 자기장 자극 (Micro-magnetic stimulation, µMS)이 신경 조직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코일 주위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자극이 공간적 방향성을 가지므로 이를 이용하면 신경 조직 속에서 특정 방향의 신경 세포들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음. 이 결과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새로운 뇌 이식장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기 자극의 방향 선택성과 장기간 안정성은 코일 이식장치가 기존 임상용 이식장치의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3.    Lee SW, Seo J-M, Ha S, Kim ET, Chung H, Kim SJ. Development of Microelectrode Arrays for Artificial Retinal Implants using Liquid Crystal Polymers.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Vol. 50, no. 12, pp. 5859-5866, Dec. 2009.

https://pubmed.ncbi.nlm.nih.gov/19553608/

 

이 논문에서는 장기간 생체 이식이 가능한 액정폴리머 (LCP) 기반의 인공망막용 신경전극 기술을 소개함. LCP는 기존 망막전극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Flexible Polymer 필름들(e.g. Polyimide, Parylene-C)에 비해 매우 낮은 수분 흡수율 (<0.04%)을 보이며, 생체 내에 장기간 이식되어도 그 구조가 가수 분해 반응으로 손상되지 않음. 하지만 기존 폴리머 전극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 공정의 적용이 어려웠고 이 연구를 통해서 LCP 전극 제작을 위한 미세 금속 패턴 형성, 열성형, 열용접, 레이저 미세가공 등을 개발하였고 최초로 LCP 필름을 이용한 신경전극을 개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