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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교수 인터뷰] 박형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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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ated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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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랑스 피에르 마리 퀴리 대학교 박사 졸업 (PI: Catherine Tallon-Baudry)
2014~2020.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박사후 연구원 (PI: Olaf Blanke)
2020~2023.7 대만 타이베이 의학 대학교 부교수
2023.7~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조교수
1.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의식과 뇌-신체 상호작용의 관련성 및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EEG나 MEG, ECoG 같은 신경생리학 기법으로 인간의 뇌에서의 의식의 메커니즘을 연구했습니다. KAIST에 온 뒤로는 뇌인지과학과의 다른 교수님들과 협업하여 동물 연구 역시 진행중에 있습니다. 또한 KAIST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명상과 자의식 및 뇌-신체 상호작용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들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EEG 기계와 박형동 교수님
-뇌과학에서 의식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의식은 주관적이고 생생한 느낌, 즉 ‘퀄리아(qualia)’라고 부르는 현상적 경험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은 "박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죠. 우리가 어떤 생명체나 유기체가 됐을 때 수반되는 질적인 느낌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생명체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쥐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현상적인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챗GPT처럼 우리의 주관적 경험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식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이 의식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고 연구자들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지금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동물에서는 어떻게 의식을 연구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의식에 관한 과학적 연구들의 대부분이 인간을 대상으로 비침습적 방법론을 사용한점이 의식 연구가 정체기에 빠진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며, 침습적인 최신의 연구기법을 사용한 동물연구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종이 인간과 멀어질수록 의식의 개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생리학적, 행동적 지표들을 통해 동물의 의식적 상태를 추론하는 방법론을 계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최근 연구에서 실험적 조작을 통해서 쥐가 가짜 꼬리에 대해 자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었으며, 이때 쥐의 자의식의 강도는 가짜 꼬리에 가해지는 위협에 대해서 발생하는 생리적 지표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추론되었습니다.
- 의식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실험 설계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식은 인지 기능에 수반되는 주관적인 느낌을 동반합니다. visual perception 같은 지각적 의식의 프로세스를 예로 들면, 우리는 인지 과정의 특정 측면에 초점을 맞춰 실험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KAIST의 이승희 교수님과 협력하여 시각적 지각 과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령 이 교수님은 시각적 지각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연구하시는 반면, 저는 시각적 지각 자체의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어디서부터 지각이 시작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그 경계를 구분하는 것과 같이요. 다만 철학자 차머스가 지적한 것과같이 그러한 시각적 지각의 신경 메커니즘에서 어떻게 현상적이고 주관적인 의식적 느낌이 발생하는가에 관한 의식의 어려운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로서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 현재 명상과학연구소에도 소속되어 계시는데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명상은 외국에서는 의식 연구의 핫한 주제입니다. 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 즉 의식의 상태가 변하는 현상은 약물이나 마약, 최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어 왔죠. 명상은 스스로의 훈련을 통해 의식 상태를 변화시키는 독특한 연구 주제입니다. 제가 박사 유학을 준비할 당시에도 관련 연구실을 찾아볼 만큼, 명상은 제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주제로, 대만에 있을 때도 명상 관련 연구 그랜트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는 풍부한 지원 아래에 여러 연구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이라, 좋은 기회로 겸임 교수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재승 교수님, 박지영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AIST 명상과학연구소는 세계적인 명상 연구의 중심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연구소의 큰 특징은 연구소와 교육센터가 통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명상 연구는 대규모의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장기적 명상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명상을 수행하며 반복적인 뉴로이미징을 통해 관찰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는데, 기적으로 운영되는 KAIST 내 명상, 교육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실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트레이너들도 많아 연구 참여자 모집에 있어서도 연구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학부 때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언제 어떤 계기로 뇌과학도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철학과에서 ‘심리철학’ 수업을 들으며 심신이원론과 같은 심리철학적 주제에 매료되었습니다. 데카르트는 의식과 신체가 별개의 실체로 상호작용한다는 이원론을 주장했죠. 이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이론이 존재했지만, 철학은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학을 부전공해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지만, 오히려 뇌 연구의 필요성을 더욱 깨닫았습니다. 석사 시절 EEG 실험을 접하면서 신경과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박사 때에는 뇌와 의식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의식, 마음, 그리고 컴퓨터]라는 강의를 개설하셨는데, 해당 강의에서도 철학적인 접근을 다루나요?
네. 이 강의는 의식 뿐 아니라 마음과 뇌의 관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철학적,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지식을 전수하고자 개설했습니다. KAIST 학생들에게 철학이나 인문학적 수업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심리철학, 인지심리학, 인지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수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의식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지식을 1:1:1 로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관련 논문도 함께 읽으며 토론하고 있죠.
4. KAIST 뇌인지과학과에 부임하신 지 1년이 되셨는데, 그간 KAIST 생활은 어떠셨나요?
이곳에 부임한 뒤로 많은 교수님들과 협력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뇌인지과학과 내에서도 정재승 교수님, 김대수 교수님, 권정태 교수님과 협업 중입니다. 또 학생들을 모집하고 연구실을 셋업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명상과학연구소의 인지행동연구실에는 EEG, Eye tracker, TMS, 생체 신호 레코더 등의 장비를 구축 중입니다.
5. 프랑스, 대만, 스위스 등 다양한 곳에서 연구하셨는데요, 각 국가에서의 연구 경험은 어땠나요?
국가보다 제가 소속 돼있었던 연구실의 특징에 더 큰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 박사 지도교수님은 철저하게 마이크로매니징하는 스타일로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하셨고, 스위스에서는 별명이 dreamer일 정도로 자유로운 지도교수님을 만나기도 했죠. 대만에서는 부교수로서 연구실을 2년 정도 운영했고,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이었습니다. 그 곳에서는 보장된 테뉴어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KAIST로 오게 되었습니다.
6. 연구자로서 본인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철학과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다른 연구자들이 찾지 못했던 새로운 질문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때 신체도 고유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 두가지 분야를 연결하는 것이, 지금은 꽤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지만 당시에는 거의 제가 처음이었거든요. 지금도 호흡 시스템과 자발적 행위 관련 연구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7.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저한테는 연구가 너무 즐겁고,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습니다. KAIST에는 열정적인 학생들이 많아, 그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8. 현재 1학년 학생들이 내년에 어떤 전공을 택할지 고민하고 있는 시기인데요. 뇌인지과학과 진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KAIST 뇌인지과학과는 뇌와 관련해 꿈꾸는 모든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니 적극 지원해보세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통계, 심리학, 신경과학에 배경 지식이 있다면 좋겠지만, 부족한 부분들은 KAIST의 수업을 통해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연구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입니다.
박형동 교수님의 주요 논문
Park, H.-D., Correia, S., Ducorps, A., Tallon-Baudry, C.* (2014) Spontaneous fluctuations in neural responses to heartbeats predict visual detection. Nature Neuroscience, 17, 612-618.
: 뇌와 심장의 상호작용이 시각적 의식에 관여함을 보여준 연구.
Park, H.-D.*, Blanke, O*. (2019) Coupling inner and outer body for self-consciousnes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3(5): 377-388.
: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이 자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리뷰 논문.
Park, H.-D.*, Barnoud, C., Trang, H., Kannape, O., Schaller, K., Blanke, O.* (2020) Breathing is coupled with voluntary action and the cortical readiness potential. Nature Communications, 11: 289.
: 뇌와 호흡 시스템의 상호작용이 자발적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